문학회 원고 - 백양 문학회
글 수 1,490
관음 보살님
허영자(김기선 낭송)
보살님
누리 고즉넉히
잠든 밤
향을 돋우어
영접하옵니다.
제일로 아파하는 마음에
제일로 소원하는 마음에
현신하시는
보살님
그 자비로서 이 밤을
가난한 골방
형형이 타는
한 자루 촛불 빛에 납시옵니까
살피소서
사바세계의 얼룩이를
이쁨과
미움과
즐거움과
노여움
오체를 땅에 던져
몸 부림 치옵거니
어지러운 번뇌는
정작 탐욕에서 비롯이라 이르십니까
한낱 티끝의 일로서
가장 가까운 것을 멀리 두고
가장 정다운 것에 이별하는
크낙한 눈이야 어느 세월에 뜨리이까
견딜 수 없는 일을
참고 견딤에
대낮같이 열리는 사랑에 문이라며
매향 피흐르는
머리 검은 영혼을
어느 세월에 달래보리까
바늘구멍 만큼도 빛이 안 뵈는
칠 흙 어둠의 울음 우는 여인을
함께 눈물 지우시는
대자대비 관세음 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