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松籟  김정환


 

소나무 한 그루가 천둥 속에서 번갯불을 삼켰다

 

노령산맥 만경강 젖줄 따라 고군산 선유도 파도바람

넘실대는 개정(開井)들판 장군봉 기슭에서

금강 큰 물줄기 넘고 넘어 아리수로 흘러들어

 

뇌성(雷聲)으로 다듬어진 솔잎 향기

목청을 씻어 내고

맑고 고운 가락으로 시를 읊어

천기(天機)를 담아낸다

 

사랑채 풀섶 거닐며 낭창(朗唱)소리

눈으로 엿듣고 귀로 읊어대니

푸른 관솔가지에 불꽃이 피어나리

 

오늘은 지쳐 울던 쓰르라미 소리

발악을 멈추고

바람 바람 솔바람松籟소리에 취해

허물을 벗는다

김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