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촛불

 

 

                   남병근

 

2016.10.29.

덕수궁 은행나무 가지에

가을이 노랗게 물들어가던 저녁

광화문 서울경찰청

종합상황실

 

삑삑삑

무전기 쇳소리가

마른 공기에 파장을 일으켰다

 

그 시각

작은 촛불은 광화문광장에

거대한 파도로

새 역사출정의 불을 밝혔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남녀노소

유모차어린아이까지

구름처럼 모여 들었다.

 

작은 촛불은

태평로에서

세종로에서

효자로에서

장엄한 행렬로 북악을 향해

힘차게 메아리쳤다.

 

세종대왕 이순신장군이

지켜보는 가운데

1700만 개의 촛불은

장막에 가려진 역사의 얼룩을 씻고

정의의 불꽃으로 활활 타올랐다.

 

남산의 소나무에도

인왕산의 바윗돌에도 정의의 바람이 불었고

한강은 촛불의 염원을 싣고

유유히 흘렀다.

 

촛불 나이 다섯 살

그 푸르던 봄 날

 

삼천리 금수강산에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새 역사를 열었다.

세계도 광화문 정의의 촛불에

머리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