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이광민


날고 싶은 욕망을

하루,  이틀,  몇 날을 꿈꾸다

날개가 있어야 허공을 가르는

진리와 맞닥뜨려

고개를 숙였다


넓디넓은 중국 땅

공장처럼 지어진 사육장에서

매크럽고 보드러운 털을 얻으려

움직이기 힘든 사각틀 안에 몰아넣고

빨리 키우려 사료 속에 호르몬약을 넣고

생명에 대한 예의도 없이

폭력으로 목숨을 앗는다


고통 없이 눈 감길 약도 아끼고

단칼에 벨 칼날도 아껴서

마음에 검은벽돌 한 개씩 쌓고 있는 그들


지구온난화로 봄날같은 겨울을 보내다

한 두번 찾아오는 한파에

모피코트를 사고

무스탕을 사고

온갖 거위털이 뭉쳐지고

오리털이 비집고 나오는

옷을 사라고 외친다


조금 오래된 옷을 속에 입고

어깨가 시리지 않을 스웨터를 덧입고

길을 나설 용기가 있다면


원하지 않는 공간에서 탈출을 꿈꾸며

번득이는 이빨을 드러내고 울부짖는

털이 수북한 동물의 절규를 잠재우고


그들이 푸른 나무 사이를 뛰놀고

맑은 강을 헤엄쳐 건너면

옹기종기 모여 이 땅의 주인으로

함께 어울릴텐데


옷걸이에서 떨어진 깃털 하나

죄짓기에 동참한 삶을

부끄럽게 하는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