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기도   / 황금찬


밤 예배가 끝나고 다 돌아간 빈 교회에

소녀가 앉아서 기도를 드린다


소녀의 기도 소리는 맑은 물소리 같다

또 그처럼 쉬지를 않는다


주여!

꽃이 피는 봄이 오듯이 이 땅에도 은혜를 내리어 주십시오

가난과 불안과 불목과 시기와 불신과

이렇듯이 탁류의 흐름속에서 우리들을 건네 주십시오


그리고 우리에게 통일과 화목을 주십시오

주여!

이 소녀에게 청결과 신앙을 주십시오

교회 밖에는 봄바람이 불고 있다

달을 받아 배꽃이 더욱 희고

이름없는 지역에서

이 밤에 꽃잎이 질 것 이다


소녀는 향불이다

향불이다

향목이 타듯이 타고 있다

소녀의 기도는 파란 빛깔

모두 잠들어 자는 이 밤에

소녀는 기도를 드리고 있다


향연이 다 오르고 나면

남은 것은 재 뿐이다

소녀는 마지막 기도를 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