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간 꽃병

                

                                  쉴리 프뤼돔 Sully Prudhomme


이 마편초 꽃이 시든 꽃병은

부채가 닿아 금이 간 것

간신히 스쳤을 뿐이겠지

아무소리도 나지 않았으니

하지만 가벼운 상처는

하루하루 수정을 좀먹어 들어

보이지는 않으나 어김없는 발걸음으로

차근차근 그 둘레를 돌아갔다

맑은 물은 방울방울 새어나오고

꽃들의 향기는 말라 들었다

그럼에도 아무도 모르고 있다

손대지 말라 금이 갔으니

곱다고 쓰다듬는 손도 때론 이런 것

남의 마음을 스쳐 상처를 준다

그러면 마음은 절로 금이 가

사랑의 꽃은 말라죽는다

사람들의 눈에는 여전히 온전하나

마음은 작고도 깊은 상처에 혼자 흐느껴 운다

금이 갔으니 손대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