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김광균

 

 

저물어 오는 육교 우에

한줄기 황망한 기적을 뿌리고

초록색 램프를 달은 화물차가 지나간다

 

어두운 밀물 우에 갈매기 떼 우짖는

바다 가까이

정차장도 주막집도 헐어진 나무다리도

온 겨울 눈 속에 파묻혀 잠드는 고향

산도 마을도 포풀라나무도 고개 숙인 채

호젓한 낮과 밤을 맞이하고

그 곳에

언제 꺼질지 모르는

조그만 생활의 촛불을 에워싸고

해마다 가난해 가는 고향 사람들

 

낡은 비오롱 처럼

바람이 부는 날은 서러운 고향

고향 사람들의 한줌 희망도

진달래빛 노을과 함께

한번 가고는 다시 못오기

 

저무는 도시의 옥상에 기대어 서서

내 생각하고 눈물 지움도

한 떨기 들국화처럼 차고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