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시

                                                         이윤태

섣달 첫눈 내리는 날

낡고 작은 한옥집 마루에

갓난쟁이 하나 품은 어머니

 

아이 깰까 아픈 몸 기둥에 뉘여

조용히 잔기침을 뱉었다

 

자박 자박 자박

흩날리는 눈꽃 사이로

검은 두루마기 걸친 사내 하나

 

겨울은 차갑고 아름다우며 가혹하니

홀로 남을 아이가 가여워

빌어보아도 사내는 말이 없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흐르는 눈물에 눈이 녹고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새근새근

 

가는 길, 어머니 눈 소복히 쌓인 감나무에

달린 감 하나 따 아이 품에 쥐여주었다

가장 따뜻한 홍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