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빌에서

                                             고경자

당신이 기품있게

아라비카 생두향을 지필 때

바람 손끝을 염탐하며

뿌리발로 디디고 선 울창한 날들

정오의 그림자 길게 누워 흐르고

계곡물에 더위를 식히는

북한산 세 봉우리

웃음소리 청량하다

아라비카 생두맛에 홀린 인수봉

철마다 메니에르병을 앓고

젊은 입술들도

공기의 질감을 어루 만지며

누군가 두고간 달달한 계절을

찻잔에 담는다

달빛 품은 햇빛 씨앗들

차마 꺼내지 못해 남긴 말

꽃등에 매달려

포인트빌은 묵언수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