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위한 협주곡

 

 

                                 정소현  


희망을 위한 협주곡


겨울비가 내린다


다정한 비는


빈 들녘


까칠하고 다 말라버린


우리들의 가슴 잿빛 목마름에


입맞춤을 한다


어서 일어나라고



황량한 마음이


죽음처럼 흩어진 자리에


삶의 무게가


웃음을 앗아간 자리에


노래를 부른다


일어나야 한다고



겨울 들녘에서


남모르게 흘러


얼어붙은 모든 눈물에


겨울비는


결국 하나가 되고 만다



허무한 심연 속에 있는 꿈


햇살 아래에서


눈을 뜬다







밤 갤러리의 풍경화

 

 

                                           정소현


밤 갤러리의 풍경화



새장 밖에서


하루를 비상 한다는 것은


완전한 자유로움이다


그 여정이 너무 긴 탓일까


 


밤 전철 안


새들이


날개를 붙이고 앉아 있거나


두 발로 힘겹게 서 있다


 


새장이 있다는 게


갇힐 수 있다는 게


자유라며


반은 졸면서도


그 눈에 빛을 내고 있다




꿀이 흐흐는 곳으로 가자고


참 꿀은


새장 안에 있다고


종종걸음을 친다


 


자신들이


밤 갤러리에 걸린


아름다운 풍경화라는 걸


아무도 모른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