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행 

                                                                           이근배

대낮의 풍설은 나를 취하게 한다

나는 정처 없다

산이거나 들이거나 나는 비틀 걸음으로 떠다닌다

쏟아지는 눈발이 앞을 가린다

눈밭 속에서 초가집 한 채가 떠 오른다.

아궁이 앞에서 생솔을 때시는

어머니!

어머니!

눈이 많이 내린 이 겨울

나는 고향엘 가고 싶습니다

그곳에 가서 다시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여름날 당신의 적삼에 배인던 땀과

등잔불을 끈 어둠 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타고 내리던 그 눈물을 보고 싶습니다

나는 술 취한 듯 눈길을 갑니다

설해목 쓰러진 자리

생솔가지를 꺽던 눈 밭의

당신의 언 발이 짚어가던 발자국이 남은

그 땅을 찾아서 갑니다

헌 누더기 옷으로도 추위를 못 가리시던

어머니!

연기 속에 눈 못 뜨고 때시던

생솔의 타는 불꽃의 저녁나절의

모습이 자꾸 떠 올려지는

눈이 많이 내린 이 겨울

나는 자꾸 취해서 비틀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