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김기림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 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빛에 호져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 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주 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댕겨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 쳤다.
그런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던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여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