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회 원고 - 백양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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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 水曜日의 저녁
유자효
하늘에는 참 계시 (啓示) 가 내린듯 합니다.
교회 (敎會) 와 성당 (聖堂)의 종(鐘)들이 잇달아 울어
진홍 빛 구름들을 밀어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떠나신날은 聖 水曜日의 저녁.
나의 곁에 있을 때의 당신은 언제나 연약했건만
떠나신 후 이다지도 나에게 커다랗게 남아 있음은
당신의 그 어떤 비밀(秘密)스러운 힘 때문일까요.
태풍(颱風)을 몰아오는 열대(熱帶)의 바람
저 싱싱한 청어들을 뛰게 만드는 북빙양(北氷洋) 해류(海流).
눈에 띄지않는 그 큰 힘들은
나자렛 가난한 목수의 아들을 알지 못하는 나를
호젖이 무릎 꿇게 만드는 것입니까.
진실로 우리에게 영원히 남는 것은 연약함이며
우리 모두에게 들려오는 소생 (蘇生)의 울음소리.
오늘 聖 水曜日의 저녁.
하늘은 또 어떤 모습으로 나에게 나타나는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