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수
서울 성동 출생
성균관대 경영학과 수학
신문예 신인상 수상
한국 문인 협회·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송파 詩 동인회 회장(시집 아버지의 기도)
중앙 농협은행 이사


  



돌탑 / 손민수

하늘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가려는 사람이
높은 산 속에
처음 딱 한 개
소망의 돌을 놓았다

돌은 낮이고 밤이고
엎드려 기도했다
돌이 쌓이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피가 돌았는지
나무처럼 키가 컸다

산에서 내려오지 않고
십자가를 진 예수처럼
홀로 깨어
탑은 혼신을 다해 기도한다
사람들의 평안을 위해서




가을산 / 손민수

젊은 날은
포른 오기 하나로
우쭐거리며 살았다
도무지 겁이 없었지
비바람도 두렵지 않았다
열심히 살아온 덕인가
더러는 빨갛게
더러는 노오랗게
더러는 얼룩덜룩하게
저마다의 빛깔로 잘 익었다
서로 잘 났다고 우기거나
서로 밀어내지 않고
사이좋게 어우러져
끝내주는 풍경을 만들었다



선 인 장 / 손민수

젊은 하나가 무기인가
사철 푸르고 단단한 몸뚱아리
나풀거리는 웃음으로 단장하는
둘레의 꽃들과 다르게
적게 먹고 적게 쓰고
제 분수만 지킨다.
사막을 떠났으니
다르게도 살아 갈수 있는데
헛된 자유 않도록
스스로 가시를 찔러 가누지만
어쩌다 터져 나오는 열정이야
하늘을 노랗게
땅을 빨갛게 물 드린다.
계절을 따라 사라지는 꽃들
그러나 네겐 겨울도 언제나 봄이다.




봄이 오는 길목 / 손민수

보내고 맞이하는
세상은 들썩거린다
물기 마를대로 마른 풀들이며
지상에는 연일 건조주의보가
또 화재도 자주 일어나는데
그 사이에도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봄은 서울에도 입성하고 있다

쌍계사 십리 벚꽃
광양 매화꽃
일림사 철쭉꽃
우중충한 철길을 타고
빠르게 서울로 올라온 봄이
아련한 분홍얼굴로
관광 안내판에 옹크리고 있다



해 돋 이 / 손민수

강릉 경포대에 와서
무자년의 해돋이를 맞이한다.
찬 바닷물에 몸을 씻고
새벽 나들이를 한 해의 얼굴은
어제와 분명 다르다.
해와 마주한 우리도
낡은 어제를 털어버리고
새 얼굴로 마주한다.
더 건강하게
더 베풀며
더 사랑하며
한 해의 놓인 길을 걸어가려한다.
흐려진 속을 바닥까지 쓸어내고
청결하게 채워 물가리 하는 바다
거기 엎드려 얼굴을 씻는 해
앞에 무릎 꿇고 기도 올린다.
살아가며 부대끼더라도
이웃의 미소를 모른체 않으며
눈물까지도 못 본척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