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夕佳軒에서

                   우재정

사람 발자국 끊긴 곳
찾아가다 길 잃고 주저앉은
꼬리 잘린 산길

더는 나아갈 길도
새로 낼 길도 없었다
장대 빗속의 어둠이
가로막은 칠흑 속에서

겨우내 비워둔 가슴만
두려움으로 밝힌 등을 달았다

골을 메운 산골짝
숨어 흐르는 물소리도 피해가는지
멀리 에들러 돌아가고

석가헌(夕佳軒)의 낙수소리가
사운사운 꿈을 깨우는 정월대보름
비워도 비워도 가슴 채우는
불빛보다 강한 님의 소리
마음이 고운 사람과 시심(詩心)을 나눈다.

※석가헌(夕佳軒):남한산성 깊은 계곡의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