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는 울고 있었다

                                     임 공빈


봄날 담장 넝쿨장미
긴 겨울의 어둠 풀어내
가장 환한 한번의 웃음으로
속 눈썹 날리며 오페라 공연 하는데
눈 멀고 귀 멀어 마음마저 닫힌
어느 어리석은 이는
떨어진 꽃잎 주체스러워
모두 털어내려 꽃을 때리고 있었다고……
옷깃 스쳐 꽃잎 질세라 몸 사리고
지는 꽃잎 차마 밟지 못하는
박꽃 같은 하얀 마음
여린 꽃잎 가만히 두어도
제 몸 녹여 다음 봄이
잉태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