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아직도 꿈꾸는가

    
                          정 서 연


빈 손 으로
살아가는 넓은 세상에

그나마
주소지 있는 빌딩 위에 서서

허공을 가르며 달려 나가는
독수리의 힘찬 기상을
봄날 뒤꼍에 앉은 나른함으로 멍하니 바라본다

구름을 뚫고
용맹을 자랑하며 헤쳐 나가는 그 비상의 날개

어쩌면
죽음보다 더 깊은
고독을 물리치기위한 광란은 아니었을까

하늘 밑 커다란 두려움을 떨쳐버리려
몸서리치는 울부짖음은 아니었을까

희망이
회색빛으로 유린되어가는 어둠을 나는 기억한다                        

소나기라도 내리면
폭풍이라도 휘몰아치면 그대로
지구에 떨어져 분말로 내려 앉아도 좋을

적막을 뚫고 가속의 페달로 질주하는 그 목마름에
나도 이제 달증이 난다

예기치 못한 나약함의 속성
밀쳐내듯 힘차게 비상하는 날개
너를 쫓아도
주인없는 하늘 그 어디에도 내 번지수는 찾을수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