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령(月令)의 고백



                         황 도 제



1월은 북창을 두둘기는 내몽고 바람

두개골 깊숙히 여인의 파열음

가문의 명예로도 도려내지 못해

2월이 되어서야

산과 들은 침묵한다.




3월은 내밀한 곳에 묻힌 숨소리

제삿상 다리에도 물기가 오르는 4월

칭칭 동여 맨 옷 댕기 속 붉어지는 살결

버선코 같은 들뜬 얼굴로 풀을 밟으며

살갗 툭툭 미어지는 그리움을 심는다.




기억의 장식을 하나씩 벗기는 5월을 보내고

6월을 맞아

향기가 닿는 곳마다 짝사랑으로 떠도는

영혼을 위해 속적삼 하나씩 떨궈 놓고

7월은

돌을 안고, 나무를 안고, 바다를 안는다.

8월은 그래도

치마를 찢은 사내가 보고 싶은 계절




잊어야 할 슬픔을 열매처럼 매단 9월




10월이면

북 창가에 난초를 놓아야 한다.




11월

버리지 못한 묵은 카드엔 부끄러운 이름이

눈처럼 펄펄 내리고

저주의 칼이 곤두서는 12월

떨리는 몸으로 죽음을 연습한다.

아내의 일기를 접어야 하는

산과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