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목

                               임 공빈


잎이 졌다
아무 부끄럼 없이
맨 몸이다

본질만 남은
실존의 깊이는 전부 비워낸
숭고한 어느 수도자

낙옆 울음소리 땅을 뚫고 말아
가을이 머문 자리에 겨울 눈망울
그때를 기다리고 있다

강물에 어린
빈 가지 끝에
햇빛 한 자락 세상 끈으로 묶어둔들

명주실 같은 겨울 해는
철없이 흐르겠지
장엄한 ‘베토벤’의 운명곡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