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에서

              우재정

찾아온 눈보라에
판소리 장단에 휘 모리 하듯
숨결이 가빠진다

꿈속에 그리는 그리운 고향
그 고향의 안개와도 같은 겁먹은 눈빛
배다리 곶은 간 곳 없고
복사나무도 간 곳 없네

하여, 10차선 도로는 어슴푸레
자동차 미끄럼자국만 어지럽다
눈보라가 휘 모리하고
질퍽한 아스팔트 위
세상 사 만큼이나 정신을 놓았는지
눈보라도 휘휘
가는 길목을 잃었나보다

배다리 찾아온 눈보라
강 너머 저편으로 마음을 끌어간다
무엇하나 휘 모리의 이름도 악보는 없지만
모두의 심금을 울리지 않는가
침묵하며 어지럼증만 더한
옛 배다리는 이름만이 존재하는지.


배다리: 서하남근교 한강에 연이은 강나루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