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과  新古典 사이에서


                                                    이정희



긴 마침표를 찍었다.  2007년 2월 5일
지난해 1월 우리의 고전 황금찬 선생님의 강의로 「시낭송지도자 과정」이 시작되었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선생님의 강의는 시간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이어 황도제 선생님의 논술강의. 아! 그것은 새로운 물결이었다. 유머와 지식을 바탕으로 한 예사롭지 않은 논리적인 말솜씨! 청중들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그의 이런 능력은 창조문예 10주년 기념식에서 미다스의 손이 되었다.
그날 앞 순서가 끝나고, 황금찬 선생님의 자서전 헌정식이 진행되었다. 헌정사에 이어 황금찬 선생님의 감동을 주는 답사가 끝나자, 사회자는 식순에 없던 장남 황도제 선생님의 인사말을 청했다.
짧은 침묵이 스치고 그가 단상에 올라섰다. 먼저, 아버지가 아닌 남자 대 남자로서 본 황금찬 선생님을 조목조목 해부해 보여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곧이어 그는 교묘한 논리로 이백여 명이 넘는 축하객들을 황금찬 선생님의 축복을 받으러 온 사람들로 순식간에 둔갑시켜 버렸다.  폭소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신고전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이런 대단한 두 父子선생님의 강의가 지나고,  가을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시간이 엿가락으로 바뀌었다. 문학박사 성기조 선생님은 정말 바쁘신 분이셨다. 간신히 얼굴을 익혔는가 싶었는데, 겨울이 가고 해가 바뀌어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늘어난 엿가락에 몸이 감기기 시작했다. 다행이 쉴 줄 모르는 시간은 우릴 종착역에 닿게 했다.  
그동안 우리가 고전과 신고전으로 갈 수 있게 돌다리가 되어주신 김문중 회장님, 그리고 「시낭송 지도자 과정」을 함께한 모든 분들 복 많이 지으세요. 고맙습니다.




〈등단소감〉

詩의 칸트가 되는 날


                                                        이정희


나는 두 분의 詩 스승을 모시고 있다.
처음 만난 분은 아동문학의 길을 열어주신 엄기원 선생님이시다. 평생 어려운 아동문학을 위해 애써 오신 선생님의 소박하고 겸손한 향기는 늘 나를 맑게 해준다.
또 한분은 시의 눈을 뜨게 해주신 황금찬 선생님이시다. 선생님과의 인연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있었다.
25년 전, 우이동 가는 버스 속에서 우연히 마주친 베레모 쓴 신사는 긴 머리 찰랑이는 한 소녀를 보고 ‘참 아름답다’고 했다.  25년 후, 그 신사와 소녀는 스승과 제자로 다시 만나게 된다. 참 알 수 없는 사람의 인연이다. (또한, 황금찬 선생님은 엄기원 선생님의 스승이셨다.)
두 스승은 일에 대한 열정과 샘솟는 의욕,  끈기와 정직, 부지런함이 남다른 분들이시다.
서민정신, 귀족의 정신을 지닌 두 분의 개성과 훌륭한 남다름이 하나 되어 빚어진 詩가 탄생하는 날, 나는 두 분의 자랑스런 제자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