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리의 가을
                                          고 경 자

능 너머
질마재 가는 길
노을은 아직도 선연한데
치맛자락마다 채색옷 입히더니
산하의 줄포만 바닷바람
미당 선생님의 묘역에도
가을햇살을 뿌려놓습니다

노란 꽃물이 절정을 이루면
목젖이 허물도록  울던
소리새도 샛노랗게 물들고 말일
조각구름도 노랗게 물들어
황홀한 빛이 파도를 치게 합니다

깊이 파고드는 연민
가난한 내 영혼도 연소시키고
나지막이 앉아서
당신의 엷은 눈빛을 가을 속에 보게 합니다

우주보다 더 큰 세상을
승화 시키던 아름다운 그 자리
금자탑이 세워져 구름처럼 일듯 연모의 마음들  
올 가을은 당신이 보시기에도
참으로 행복하실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