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 할 사이에

             -바다이야기-

                                   고인숙


욕심을 내었지

바다만으로는 그릇을 채울 수 없어

육지로 몸을 날렸어

수없이 몰려드는 어부들

지느러미 흔들고 해파리 춤추면

어부는 정신을 놓았어

고래의 식성은 육지에서 더 왕성해

탐욕스런 식욕

어부가 낚이었다

먹고 먹히는 생육강식의 법칙이

육지에서 파도치고 있었다




한바탕 휩쓸고 간 회오리

넋을 잃은 어부들의 심장은 물 밖으로 나오고

슬픈 넋두리만 파도에 떠밀려 간다

순간의 집착이 해일을 만들어 쓸고 간 뒤

난파된 배 갈 길을 잃고 울고 있다




뱃전에 서성이는 어부

부풀었던 욕심 물거품 되어

미끼가 덫이 되고 덫이 미끼가 되었던

뼈대 움켜쥔 채

꿈이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