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들어선  자리
                                                   김문중

가을비에  젖고
가을  햇살에  젖어
안개속에  숨은
단풍은  더욱  아름답다

가을이  들어선  자리
바다를  바라보며  사색은  이어지고
침몰하는  노을에  묻혀가는 그리움

너무  많은  것들에  둘러쌓여
내가 어디에  있는가를 모를때면
슬픔을  들어올려
수평선  하나 긋고
낮선  풍경속에  들어가
이방인처럼  떠돌고  싶다.

갈대가  보고  싶다.

바람만  불면  떠나고  싶고
과꽃이나  억새풀만  흔들려도
함께  흔들리며 떠나고 싶어지는 것은
무슨  열망  때문일까?

강물은  저  혼자
가을  깊은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

귀밑머리  살짝 흐트러뜨리고
가버리는  가을 바람
과거를  향해  천천히  되감기는
풍광들을  떠  올리며
고향으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