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김장호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그 외로운 봉우리와 하늘로 가야겠다

묵직한 등산화 한 켤레와 피켈과 

바람의  노래와

흔들리는 질긴 자일만 있으면 그만이다

산 허리에 깔리는 장밋빛 노을

또는 동트는 잿빛 아침만 있으면 된다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혹은 거칠게 혹은 맑게

내가 싫다고는 말 못할 그런 목소리로

저 바람 소리가 나를 부른다

흰 구름 떠오르는 바람부는 날이면 된다

그리고 눈 보라 속에

오히려 따스한 천막 한 동과

발에 맞는 아이젠

담배 한가치만 있으면 된다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떠돌이의 신세로 칼 날 같은  바람이 부는 곳

들새가 가는 길 표범이 가는 길로

나도 가야겠다

껄껄대는 산 사나이들의 신나는 이야기와

그리고 기나긴 눈 벼랑 길이 다하고 난 뒤의

깊은 잠과 달콤한 꿈만 있으면 그만이다

 

바람이 인다

새해 아침 먼 동이 트면서

저기 장밋빛 노을이 손짖한다

베낭을 챙기자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