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 적

                                    임 공빈


  밤에 내린 눈
  고수부지
  빛 바랜 광목을 깔아 놓았다
  하얀 눈은 잊고 지낸
  먼 향수의 빛깔

  아무도 밟지 않은
  눈 밭에
  선명한 발자국
  무심히 지나온
  내 삶의 흔적

  성근 눈발 속
  묻어둔 추억의 실루엣
  풀어진 마음 주체 못해
  찬바람에 던져 놓고
  소리치며 달려본다
  겨울바람에
  젖은 뺨이 마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