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암 산벚나무


고요를 깨뜨리는 잎들의 반란이다
뿌리 드러내지 않는 나무들
바람에 대한 저항이다
웅성한 나무가지들 사방으로 팔 뻗어
허공 휘어잡고 싶은 것이다
약사암 돌부처 뒤에 서 있는 산벚나무
바람을 흔드는 것은
추녀 끝에서 날개짓 하는 청동 물고기 따라
어디론가 헤엄쳐 가고 싶은 것이다
홀로 서서 신성한 숲 키우는 산벚나무
인당수에 몸 던진 심청이 환생하듯
가지마다 관세음보살 피우는 것이다
산벚나무 바람을 흔드는 것은
내가 나를 깨워 산벚나무로 세워 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