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피는 꽃나무

 

                                

                                       박봉우

눈이 소리 없이 쌓이는

긴 밤에는

너와 나와의 실내에

화롯불이 익어가는 계절

 

끝없는 여백같은 광야에

눈보라와

비정의 바람이 치는 밤

창백한 병실의 미학자는

금속선을 울리고 간 내재율의 음악을

사랑한다.

 

눈이 내린다

잠자는 고아원의 빈 뜰에도

녹슬은 철조망가에도 눈이 쌓이는 밤에는

살벌한 가슴에 바다 같은 가슴에도

꽃이 핀다.

화롯불이 익어가는

따수운 꽃이 피는 계절

 

모두 잊어버렸던 지난날의 사랑과 회상

고독이거나 눈물과 미소가

꽃을 피우는 나무

 

사랑의 원색은

이런 추운 날에도

꽃의 이름으로 서 있는

외로운 입상

 

나는 쓸쓸한

사랑의 주변에서

해와 같은 심장을

불태우고 있는

음악을 사랑한다.

 

모두 추워서 돌아가면

혼자라도 긴 밤을 남아

모진 바람과 눈보라 속에서

뜨거운 뜨거운 화롯불을 피우리.

 

겨울의 나무도

이젠 사랑을 아는 사람.

꽃을 피우는 사람.

금속선을 울리고 간 내재율의 음악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