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공빈
  호 : 운산(雲山)
  - 문학시대 신인상 등단
  - 백양문학, 시대문학, 한국시낭송가협회 회원
  - 시집 : '떡갈나무 잎새들처럼'
  - 공저 : '들꽃과 구름 3, 4', '버릴 수 없는 것들' 외.

1. 천년의 미소

                임 공빈

뉘 부르는 듯
가녀린 손 가슴에 얹고
금방 잠에서 깨어난
아이같은 앳띈 미소

백제의 숨결
천년을 순백의 순결로
흙속에 묻혀 있었던
슬프도록 아름다운 '석 보살'

송화가루 흩날리는 이 봄
뒷 뜰 감나무
하나 남은 까치밥처럼
외롭기만 한 너

나, 다시 태어난
더벅머리 머슴애라면
한번쯤 너와 같이 하룻밤
만리장성 쌓아 볼 것을.


2. 추억 속으로

                   임 공빈

거미줄 같은
낡은 기억 속

늘 옷깃에 달고 싶은
보석 브롯지 같은 추억들

마른 땅에
빗물 스며 들 듯

그 때 그 추억 속에
나를 맡기고

영혼의 허기를
또 다른 작은 몸짓으로

하늘 밑 풍경에
하루의 일탈
황홀한 횡단을 꿈꾼다.


3.     앓이

                 임 공빈

계절이
바뀌는 길목
어둠 저 편에서
태어나는 여명 속

아침 안개
풀잎에 흘리고 간
눈물 방울
실바람에 떨어지면

빈틈 없던 마음에
어느새 싸리 울타리 같이
헐거워진 틈새로
공허는 쌓이고

곁에 소중한 것 두고도
생의 원초적 외로움은
마음에 구명 뚫어
나는 낙엽처럼 계절 앓이 한다.


4.            어느 봄날

                                       임 공빈

공원의 문을 봄이 활짝 열어놓았습니다
나는 무릎에 한아름 햇빛을 덮고
작은 길의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

구름옷을 벗은 하늘은 웃고
나무와 햇빛도 길 위에서
해맑은 웃음을 쏟아냅니다

열어놓은 내 마음에도
바람이 웃음을
자꾸 불어넣어 줍니다

꽃과 새, 지나가는 사람들
세상의 모든것
웃고 있습니다

이렇게 빗장 열어놓으면
모두가
하나가 되나 봅니다.


5.    지중해의 달

                   임 공빈

날개도 없이
하늘을 새처럼 날아
지중해 물결위에
내가 꽃잎처럼 떠있다

크루즈 발코니 난간
유난히 크고 밝은 보름달
또 다른 모습으로
나를 황홀함에 취하게 한다

저 달 속에서
내 유년을 만나고
때론 남은 날들을
점 쳐 보기도 한다

먼 지난 날
별이 총총한 여름 밤
평상에 누워 아기 속살같은 바람
이마 스칠 때면

달과 별에게
내 마음 풀어 헤치고
꿈 빌었던 그 때 처럼
바다 저 쪽 그리운 이들의 안녕을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