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지요 아마

                                    문숙자



절로 콧노래가 흥얼흥얼 흘리는 것으로 봐선
봄의 깊숙한 곳을 걷고 있었지요 아마
    
적당한 햇볕은 머리위에 앉아 길을 안내하고  
적당한 바람은 마음대로 어루만지기 참 좋은
금주리 그 어디즈음에서 본
키도 얼굴도 요맨한 꽃이 여간 이뻐 보이지 않는 거여요
바람 든 엉덩이를 달싹거리는 고만고만한 것들이요
좁쌀 만 한 입술을 오물거리며 바람을 마시는 것들이요
에이, 순전히 누군가의 장난이겠지 싶어서
다른 곳으로 막 걸음을 떼려던 순간이었지요 아마

꽃무리가 일제히 일어나더니요, 세상에나
그 짧은 다리를 홀짝홀짝 뛰면서요
우습게도 막 달려오는 거여요, 세상에나
고 앙증맞은 팔을 나풀나풀 흔들면서요
와락 앵기는 것이 하도 이쁘기도 하여
아, 하고 푹-
기절해 버리면 나는 어쩌나 했지요 아마

종이꽃을 접어 수북이 쏟아놓은 것처럼 풍성하고
키도 훤칠하고 허리 낭창하여 품안에 들어오는 꽃보다는
키가 하도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아서요
매력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자라지 않을 거라 했던
내 머리를 몇 번 쥐어박았지요 아마

그런데 고 작은 것에서 우러나는 맵시가요  
보아하니 별이 먹다가 아차 떨어뜨린  
입안에 단물 고이게 하는 별사탕 같은 것들이요
보면 볼수록 눈이 시리고
두고 오자니 가슴이 시려서
달랑 안고서 집으로 왔는데요  

 - 니 어디 꽃놀이 댕겨 온 다냐?
 - 니를 보니 꽃이로구나,
 - 니가 오니께로 여그저그 바깥 냄새가 풍기닝께로. 좋다!

얼굴에 핀 검은 꽃을 뭉개시는 우리 어머니
앵- 하고 토라졌지요 아마



*** 올 봄엔 제대로 핀 꽃구경을 못 했습니다
이른 봄부터 적잖이 내린 비바람 때문이라고
그래도 옹그리고 앉아 기회가 오면
소요산 벚꽃놀이에 동참할 수 있기를 은근히 바랐었는데
모래바람이라는 불청객을 멀리하느라고
흐릿한 봄날이 눈 앞에서 심드렁하게 지나가 버렸습니다.

2006년의 애잔한 봄날을 손끝으로 마음끝으로 더듬거리는데
"그대, 어느새 봄의 깊은 곳에 들어와 있지 않은가?"
라고 일깨워 주는... 백양문학회와의 문학기행은
아주 소중한 봄나들이었습니다.

어느 님의 덕분이랄까요?
귀한 인연을 맺은 마음이 조심스러우면서도
월요일의 광진문화원으로 행하는 외출이
풍요를 채워주는 아주 특별한 일상을 만들어 주었기에
어느 님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자 합니다.  

미루어놓았던, 해야 할 일이 발등으로 쏟아져도
빠지지 말아야지... 말아야지...를 중얼거리며 제게 주문을 걸기도 합니다.

제가 건 주문에 단단한 주술이 걸렸는지
남양주 길을 달리노라면
5월에 핀 배꽃을 구경하는 기분도 아주 삼삼하기도 하고
이렇게 좋은 기분을 푸르게 푸르게 풀어 놓아야 할 5월이라서인지
기분이 참 좋습니다!
그~냥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