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칩
               시.민경남

햇볕 좋던 마당에 햇고추도 들여야 하는데
병실 한 켠에 어머니 시방 누워 계신다

긴 밤 호롯이 내리던 찬 서리 같이
마른 몸을 가만가만 뒤 집는다

참나무껍질 처럼
골진 손 등 위엔 링게루선이 꽂혀 있고

달빛 수액 머금은 나무는
애써 울음을 삼키운다

누가 본다고 거칠게 터져나오는 기침소리도 죽이는 것일까
오늘도 한 마리 애벌레처럼 마른 등을 오그리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