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시.김영자

오후
길게 누운 햇살은
그리움과 등을 맞대고 있다.

닫힌 가슴 흔들어
크게 한번 심호흡하니
하얀 꽃눈들이 팔랑이며
황홀한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들은
봄을 입고 나온 관객들과
어우러져 춤을 추고
날마다 달라지는 초록빛 무대는
설레임의 절정

나는 누구인지
내가 있는 곳은 어딘지
잊고 싶은 봄날

꽃 속에 누운 하루해를
더 길게 잡아당기며
기억되지 않는
그대 눈빛 속에 나는 있고 싶다
코 끝 아린
삶의 향기를 마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