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니동을 지나며
우재정
마음의 뜰에
비를 적시고
비가 가고 있다
이 시대
의미의 미망(迷妄)
운현궁 돌담추녀에도
영화를 지우는 비
그래, 청사등용 불을 밝히자.
추녀 끝
수막새 앞에 걸음을 멈추다
비 사이로 걷는다
겨우내 옷 벗어 던진 나무도
해탈했는지 윤회의 빛
피안의 세계
한(恨) 묻은 혼(魂)
소리 없는 깃발 되어 휘날리는
동학란의 추모제 휘장
바람 부는 데로
마음이 어지럽고
비는 와도
오는 도중 포기한 비
바람에 휩쓸려
대로의 한편에 서서
깨닫는 그것
소리 사라진 뒤에 남는 허공
내가 왜 모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