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끓이다
                우재정

아침 산 빛이
크게 나를 안는 날
서로 눈웃음으로 일어선다

물을 끓인다
차관(茶罐) 속
맑음의 소리

어둠이 걷히듯
방울방울 샘솟는 푸름의 소망
나를 일깨우는 소리

하얀 장미꽃 내뿜으며
향기가 묻어나고

다기에 하얗게 피었다가
사라지는 아지랭이 보며
미움보다 사랑이 많은
우리들의 삶을 음미해본다

유정(有情)한 눈길
내속에
네가 처음 피어날 때처럼

마음가득
낯익은 빛깔의
따뜻한 그림이 그려진다

너와 나
따뜻한 가슴으로
이렇게 마주 보며
사랑을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