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벌레들의 가을

                                                                                                                 정소현

소리 내어 울 수 있는 것조차

허락 되지 않은 사람들

밤벌레의 울음소리를 동경 했고

가을이면 더욱 선망했다

거친 길 걸으며

매운 맛에 절여 진 것,

높이 들고 있거나

안에 가두어 두었던 것,

계절을 빌어서 모두 내어 걸고

사람들은 밤벌레가 되어

소리 내어,

소리 내어 울었다

허구마다 문이 열렸고

꼭꼭 숨겨져 있던 표피들이

작은 돌덩이들처럼 떨어졌다

풀잎들도 잠이 들고

빈 가슴 안으로

은하수가 끝없이 흘러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