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영(鄭善暎)  
  - 호 : 洙賢(수현)
  - 문학시대 신인문학상 등단(2006)
  - 시낭송가, 시낭송 지도자, 한국시낭송가 협회회원
  - 한국문인협회회원, 백양문학, 시대문학, 광진문학 동인
  - 시집 ‘내안의 길’ 외 동인지 다수




1. 그리움의 순간
                                 정선영

주술에 걸린 듯
그 한때를 고집하는

풀지 못한 문제의 정답이듯
그리움의 순간 지니고

아주 먼 과거 같은
원시의 눈

공전하는 지구를 역행하듯
어지럽다

바람이 들리는 날
꺼내든 사진

너는 언제나
그때일 뿐

나는 지금 그 하늘 아래
다시 서고 싶다.



2. 체인징 파트너

                                 정선영

아이 손에 잡힌 기차가
허공을 날아가듯
지하철은 한강을
지나고 있었다

흘러간 팝송을 파는
허술한 아저씨  
낡은 카세트에서
끊기며 부르는 여인의 노래
체인징 파트너

생각 없이 마주한
변치 못한 목소리에
묻어나는 향기
나는 주머니 속을 뒤지듯
추억을 찾는다

몰래 바뀐 파트너
손 꼭 잡은 사람들
삶의 방부제
꿈춤 춘다



3. 수호천사

                                        정선영


누가 오면 숨바꼭질하던
나의 분신들 오늘은
엄마를 편히 보고 숨지 못했다
아니 숨은들 수십 년 경력 피할 순 없다

제일 문제아는 옷장
아들 방엔 놀러갔던 애들 불려오고
그리고  아! 성역 없는 그 질서에
일찌감치 자수한 나의 공간들

한나절이 지나니
나의 소도구들은 모두 차렷 자세
눈만 반짝인다
방금 씻은 아기처럼 어여쁜 얼굴로

내가 드린 행복
고맙다 말하는 나의 수호천사
내 사랑 맹탕으로 돌려놓고
타임머신 출발

다 보았다는 딸의 웃음
나는 마음과 달리
숨을 곳 못 찾는
미래의 수호천사




4,청량산
                      
                                        정선영


산을 오르면
반드시 내려온다
오르는 산의 첫발은 태어남이요
다시 내려오는 산 밑은 죽음일 것이다
봉화 청량산에서
청량사 왼쪽으로 오르는 육백의 철계단
오르다 지쳐 망설이다
기어서 오른다
엎드려 긴다는 것이
굴욕이 아닌 편안함을 알고
혼돈 속에 오른 산
자란봉 정상에서
12봉우리 연꽃잎에
노송과 어우러진 촌락
그리로 가는 너를 보며
하강이 아름답고 행복한 길로 보였다.                    



5.엄마와 아기
                                
                                          정선영


아기가 태어 날 때
고통을 모르듯
저편으로 떠나려
엄마는 고통을 모르며 누워 있다
다만 곁을 지키는 자식만 알뿐

곱던 얼굴 마음껏 부풀고
평생 고달프게 부지런했던 손
때맞춘 휴식으로
다시 아기처럼 부드럽다

눈을 통한 빛은 사라지고
어둠속 느낌으로 내 새끼 알뿐
다시 아기처럼 아무도 모른다

나로 인해 네가 저편을 바라보고
너의 눈물로 공감을 찾다
다시 아기처럼 생각은 하나

나의 행복은 내 엄마가 아닌 너였지만
한때 너의 행복은
나였기를 바라던 어리석음

엄마는 모르는
너의 눈물 두고
아기처럼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