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지킴이의 귀가

                                                                             이광민

 

새벽 3시 평창 알펜시아를 출발해 진부, 속사를 지나

면온, 둔내에 이르면 새벽 4시.

무거워진 눈을 부릅뜨고  구불구불 끝없을 것 같은  영동고속도로를 달린다.

 

 횡성 휴게소에 들러 손끝이 시리게  차거운  물로 정신을 차리고 나가려는데

히힉 헐헐 히히힉ㅡ

소름이 돋는 느낌에 서둘러 뛰어 나가다

멈칫  서서 귀를 기울이니

반복되는

쉬쉭 컬컬  시시식 ㅡ

소리의 근원을 찾아 문을 열고 닫기를 여러 번

손잡이가 구부러져 계속 쏟아지는 물살

보이지 않을 땐 귀곡성 같더니 맑은 물이 흐르는 소리는 어둠을 깨운다.

 

눌러도 흔들어도 꿈적을 않기에 발로 차았다.

피시시식  ㅡ

얼마나 긴 시간을 기다렸을까

의미 없이 흐르는 동안 무얼 잡고 싶었을까

 

깊은 어둠 속으로 다시 돌아가는  나는

새말, 교학, 태장을 지나 봉산, 행구동

치악산 자락 아래

모든 세포가  잠자지 않고 기다려준 사이 어둠을 등에 지고 집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