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침묵

 

                                                              이광민

 

     도서관 친구들 친친 행사*를 마치고

     이글거리는 태양보다 더 뜨거운 핸들을 쥐었다 놓았다

     편도 3차선 도로에서 1차선으로 달린다.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는 1킬로미터 이내

     오후 세 시 반 휘청거리는 폭스바겐*이 옆에 있다

     깜빡이도 켜지 않고 차선을 물고 휘청인다.

 

     빵 빵!!

     이 차선으로 물러난 차와 같이 달리다

     신호에 걸렸다.

 

     폭스바겐의 창이 열린다

     '미안하다면 괜찮다 말해줘야지.'

     나도 창을 열었다.

 

     "왜 똥차 가지고 빵빵거려

     점심으로 빵을 드셨어 빵빵거리게

     똥차 가지고 빵빵거려도 돼?"

 

      ‘‘‘‘‘‘ . 

 

     뒷자리의 아이가 제 아빠를 보고 나를 보고

     얼굴을 볼 수 없는 아이 옆 여자의 그림자

     운전자의 같은 말

     또 같은 말

 

     아스팔트를 녹일 태양보다 더 뜨거워지는 머리끝

 

     가시나무도 아닌 것이

     고슴도치도 아닌 것이

     말마다 창을 달고 휘두른다.

 

     신호가 바뀌기 무섭게 도망가는

     XXX 5499

     '스스로 잘못을 깨달은 건가?'

 

     사십 대 초반쯤

     일그러진 얼굴을 가진 남자

     그 폭언에도

     그저 바라만 본 것은

     

     가난한 시인은

     똥차여도

     기동성이 있는 그 물건에

     감사하는 까닭에

 

     그 물건은 눈부시게 번쩍여도

     영혼이 초라하여

     제 가족 앞에서 무게 잡아야만 살 것 같은

     그 일그러진 인물이

     안타까워서다.

 

 

*** 도서관친구들 친친행사

      도서관을 위해 매월 일정액을 후원하고

      도서관을 이용하는 이용객을 위해 차를 무료로 대접하며

      명사와 함께 책 읽기, 작가와의 대화, 시낭송, 동화구연 등의 행사로

      도서관 이용객을 돕고 도서관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자원활동.      

     

* 폭스바겐 : 표준대사전 표기로는 폴크스바겐이나 현재 사용하는 발음으로 표기함.

 

이광민

백양문학, 청하문학, 서울시단, 원주문협 회원

피플투피플 원주챕터

한국시낭송가협회 원주지회장      

강원전통문화예술협회 문학분과장

원주평생교육정보관 도서관친구들 대표

판부 문화의 집 시낭송 강사

멘토링논술학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