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방 김경영.이선아 (모녀)

 

우리 엄마의 방은 화원입니다.

줄줄이 걸려 있는 엄마의 원피스에선

일년 내내 꽃들이 만발합니다.

꽃들은 엄마의 머리 위에 가슴 위에

피기도 하지요.

화려한 시들지 않는

엄마의 청춘 같아 향기도 납니다.

 

우리 엄마의 방은 도서관입니다.

시를 사랑하고 수필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은 영국에 있다는

유명한 도서관도 부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곳에는

내가 사랑하는 엄마의 시도

존경하는 황금찬선생님의 시도

없을 테니까요.

 

우리 엄마의 방은 음악 카페입니다.

우아한 왈츠와 신나는 포크댄스가

은은히 흘러나오는 곳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엄마의 얼굴에는 주일학교 시절

좋아하는 남자아이 손을 잡지 못하는

열여섯 소녀의 수줍은 미소가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