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심(會心)

         우재정

  강릉경포대바닷가, 동트는 정동진 꿈에서도 그림으로 그리던 고장을 2008년 송년회 및 시낭송, 문학기행을 가기위해 강변역부근 광진 문화원 앞에서 동해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그리운 얼굴들이 보이면서 가슴이 뭉클 하다. 문우들과의 동행이 얼마 만인가? 몸이 불편한 나는 먼 나들이는 혹시나 남에게 패를 끼칠까 항상 두려움이 앞서 가지 못했지만 오늘은 예외였다. 92세가 되신 스승이신 후백 황금찬선생님과 백양문우들과 함께하는 영상찰영에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간절했기 때문이다. 제자의 형편을 먼저 아시는 아버님 같은 선생님을 만나면 “요즘 어떻게 지내시요.” “ 건강은 좀 괜찮아졌어요.” 하시곤 손을 들어 격려를 해 주시곤 하시는 스승이시다. 저에게 한없는 사랑과 배움의 길로 이끌어 주시는 후백황금찬선생님, 만면의 미소가 더욱 정겹다.
큰 미소로 보듬는 양광김문중선생님과 백양문우들 경포대바닷가를 향한다. 귓가엔 벌써 포말로 밀렸다 나가는 파도소리가, 모래사장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베토벤 교향곡 제9번 4악장 환희의 송가가 파도의 음계로 퍼져 가슴을 울린다.  
강릉에 도착하면서 추운날씨인데도 쌍마시낭송회 회원여러분과 황금찬선생님의 제자들이 우리들을 환영해 주는 문인들의 정겨운 인사말이 고맙고 아름다운 세상을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따뜻했다. 버스에 올라 목소리 좋고 잘 생기신 피기춘선생님이 강릉에 대한 상세한 안내를 맡아주셨다. 우리들은 문학인으로서의 긍지를 가지며 ‘한마음’임을 실감하면서 그분들에게 감사했다.
  오후1시쯤 바닷가 스트라우스 모텔에 도착 각조별로 2층에 각자 짐을 풀었다. 우리들 방은  파도와 함께 할 수 있는 전망 좋은 방 이었다. 연인의 모습이 보이고 하얀 포말들이 연인의 뒷모습을 끌어들이는 모습에 자연의 오묘한 희열에 환호성을 높인다. 일층 동해 어부횟집에서 점심을 끝내고 영상촬영에 들어갔다.
경포대 바닷가 칼바람이 머리와 온 몸을 휘감고 소리친다. 나의 간절한 이야기처럼 놓여주지를 않는다.  하늘이 내려다보는 감격스러운 출연자, 우리들은 모래사장을 걸으며 옛 추억에서 놓여나지를 않았다.
촬영을 먼저 끝낸 김문중선생님은 방으로 들어서기도 전 “넘추워 칼바람이야.” 옷을 겹으로 입고 나가서 촬영을 해야겠다고 하시며 저에겐 몽골에서 사가지고 온 모피 쇼울를 내 주신다. 스승의 마음도 부모가 자식을 챙기는 마음과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바닷가로 갔다. 참 추웠다. 하지만 일기예보엔 오늘 비가 온다는 뉴스를 들은 뒤라 맑고 햇빛이 내리는 날씨가 고맙고 하늘에서 축복을 내려 주시는 것 같아 마냥 하늘로 나르는 듯 기분이 좋다. 파도소리가, 바람에 휘날리는 옷자락이 낭만이었고 문우들의 환호소리가 경포대 바다를 기쁘게 한 탓인지 햇살이 고맙기만 하다고하며 추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어께를 감싸며 격려를 한다.
바닷가에서의 큰 무대. 서로의 가슴을 열어 보듬는 한 세계가 연출되었다. 박상경시인의 레디 고하는 표정, 젊은 감독, 촬영기사. 기자. 어설픈 출연자에게  웃음과 따뜻한 격려는 잊지 못할 장면들이다. 인내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젊은 분들이 감싸고 배려하는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또 하나의 배움의 장이 되었다.
날씨가 어두워지는 가운데서도 많은 출연자들의 무대로 저녁은 8시경에 맛있는 모둠회 요리로 끝내고  6층에 있는 스트라우스 카페에서 시낭송회가 열렸다. 쌍마시낭송협회식구와 황금찬선생님제자들 그리고 한국시낭송가협회회원들의 낭송이었다.  아름다운 밤이다. 50개의 촛불이  밝혀지고 네온이  반짝이는 쌍드리제 아래서 각자 낭송하는 모습은 모두가 천사였다. 나는 ‘이렇게 화려한 무대는 마지막이 될지도 몰라’ 하는 생각에 아침에 건네받은 가슴을 드러낸 빨간 드레스에 빨간쇼울을 걸치고 무대에 섰다. 감격이었다. 몇 년 만의 환희였을까. 나이 들어서 예쁘다. 멋있다는 말에 가슴은 콩당콩당. ‘믿어도 될까.’생각하면서 그 말이 싫지는 않았다. 후백스승의 흐뭇한 미소 앞에서 등장한다니 감격의 순간이랄 수밖에  촛불이, 떡 케익이, 폭죽이, 부라보가 넘치는 환희 속에 우뚝 서 계시는 스승의 모습은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될 것이다. 황금찬선생님의 시낭송과 노래는 우리들을 더욱 감격하게 하였다.  황금찬선생님의 제자분이 중학생이던 시절에 황도제선생님은 어린 코 흘리게 아이였노라고 하시는 말에 모두가 크게 웃었다. 그리고 황도제선생님의 겸손한 강의는 새로운 면으로 다가 왔었다.
  이튿날, 쌍마회원들의 배려로 순두부의 고장 초당 골에서 아침식사를 하게 되었다. 친절한 식당주인과 주재남선생님과 쌍마시낭송회원님과 피기춘회장님의 등장에 나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들을 하시는구나하는 생각에 나 자신 부끄러웠다. 남을 위하는 봉사 거룩하기까지 했다. 식사를 끝내고 버스 속에서 아름다운 고장 강릉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고 강릉에는 달이 다섯 개가 뜬다는 말에 의아했지만 듣고 보니 그렇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첫째는 바다에 경포호수에 , 술잔에, 마음에, 하늘에 달이 뜬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허난설헌 생가와 울창한 송림을 보면서 그 시절의 허난설헌의 아픔이 마음으로 다가왔다. 다시 정동진모래시계 앞을 지나 썬 크루즈 앞에서 사진 촬영을 끝으로 내년에도 다시 만날 기약을 하였다. 강릉에서 쌍마회원들의 전송을 받았다. 끝까지 정성을 다해 고장안내와 우리문우들에게 한 겸손의 배웅은 우리가 배워야 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돌아오는 길목 버스 안에서 고경자시인의 재치 있는 사회로 장기자랑을 하면서 촬영기사, 감독, 연출자 문우여러분 모두의 향연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문학 기행이었다. 강릉경포대바닷가, 정동진의 영상촬영과 시낭송, 문학기행은 백양문학의 한 장을 만든 역사였다. 먼 바다의 파도소리가 귓가를 맴돌고 마음의 평화를, 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