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태안의 희망

                           김정환


한 해가 저무는

안면도에

눈이 내린다

검은 재앙도

흰눈에 잠겼다


각처에서 달려온

눈보다 하얀 마음

검은 기름띠에

인간 띠로 맞선

사람과 사람들


이름 없어 더 아름다운 얼굴들

송년회를 취소하고

해외여행을 미루고

컴퓨터를 끄고 태안의 눈물

닦으러 몰려든 국민들


금붙이 담은

복주머니 들고

줄을 섰던 사람들

10년 후 기름주머니

다시 들었다


재앙의 현장에서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검은 바다

하얀 손 하얀 마음

바다를 사랑하는 손길들



 

2. 백두산 하늘 못 / 김정환

                              

백두(白頭)에 올라 예를 보아라

하늘의 뜻이 이 땅에 내리시고

그 성령(聖靈)이 백두대산줄기를 종주 하여

남해안 *구재봉(鳩在峰)까지 삼천육백칠십 리

그 이름 찬연한 대한민국의 터전이다

누천만년(累千萬年) 세파(世波)에 시달려 온 너!

이 강산 겨레의 영원한 보금자리로

자라왔으니 백의민족의 터전이요

칠천만 겨레의 산실(産室)이다

새하얀 천상에서 돌이 된 *황궁씨(黃穹氏)

환웅께서 세우신 태백산 신시(神市)

단군신화 얽힌 민족의 조종산(祖宗山)

민족정신 근원의 상징이다

고구려 말발굽소리 우렁찬 *오녀산성(五女山城)

동가강(佟佳江)을 끼고 흐르는 *환인평야(桓因平野)

*흥안령(興安嶺)과 *아무르강을 호령하던

광개토대왕(廣開土大王)이 여기 나와 있구나

오오! 조국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되어라

온 누리 밝혀주는 등불이 되리니

겨레의 얼이 굽이쳐 온 압록강 두만강 송화강             

나라의 넋이 뻗어 온 줄기찬 맥락

한라산 지리산 금강산 묘향산 피 끊는 위용을 세계로

저 넓은 우주를 향하여 비상(飛翔)하리라

지금 반쪽은 남의 땅 백두산 최고의 장군봉(2,750m)을

오르지 못하고 천문봉(2,670m)을 밟아야하나

1712년 조선과 청나라 정계비(定界碑) 있었거늘 어찌하여…

1962년 조중 변계조약(朝中 邊界條約)으로 민족의 성산(聖山)마저

반으로 잘려야하나

아아!  슬프고도 원통하다 

백두산 하늘 못 화산의 분화구(噴火口)에

성화(聖火)의 불씨를 다시 지펴라

저 그늘진 민초(民草)들에게 가뭄에 내리는

소낙비가 되고 백두산 미인송(美人松) 같은

올곧은 기개(氣槪)가 되어 분단의 상처 아물게 하라

다시 하나 되는 그 날까지 훨훨 타오르게 하라

지축(地軸)을 울려라

천지를 포효(咆哮) 하거라

통일의 그날 다시 올라

더덩실 춤추며 목 놓아 외쳐보리라

김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