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산자락

 

침묵이 깊게 내린 산등성이

누웠던 자리 털고 일어서도

다시 눕는 풀 잔디에

간질간질 속삭이는 풀잎들의 이야기

 

하늘 한 자락 깔고 누은 등짝 밑으로

구름 내려와 돛단배 한척 띄우고

두둥실 먼 섬으로 떠간다

 

풀잎들이 서걱대는 여기

꽃반지 끼어주며 손가락 걸던 어릴 적 친구

살포시 꽃대궁처럼 목 올리고

 

가슴 깊이 묻어둔 불씨

진달래꽃 피워 산 가득 메우면

내 긴 목은 노천명의 노루가 되어

산허리를 뛰어 다닌다

 

연두빛 스카프 솔가지에 걸어두고

수 천 마리 학을 접어

하늘가에 뿌리다 보면

 

녹슨 곡괭이 무딘 날 같은 가슴에도

진달래꽃은 다시 피어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