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주경夏日晝景

                          황성호


가로수 흐드러진 인도

허공을 잡고 아낙네

바람을 자를 듯

정류장으로 달릴 때

자판기 커피 향

골몰하던 한 남자

도우넛 연기 속에 스며들고

시간을 뿌리치는 화물차 기적소리

강냉이 그 열통 참지 못해

세상 문 여는 울음과 만나

꾸짖는 아주머니

얼룩진 목소리에

세월이 멈췄다

횡단보도의 숫자가 내려가고

한 남자가 오고 있다

손에는 한권의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