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슬픈  일입니다. 황도제선생님

선생님은 왜 그리 서둘러 떠나야만 했습니까?  

눈물이 맺힙니다.


참 따뜻한 분이셨는데 눈물이 납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뿐,

고인의 명복을 위해 두 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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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벚꽃나무의 울음

                    황도제



모질었던 인정

죄 많아

이승, 저승

밤이슬이 되어

산자락 한 모퉁이

하늘이 몰래 쉬는 자리

숨어서 만삭의 흐느낌

깔아 놓으니

아가야. 아가야.

목이 메어도

품에 안기지 않아

열꽃이 돋아 울음 울더니

울음이 망울지는 산벚꽃

이목구비마다 산벚꽃으로 피었느냐

아가야, 아가야

퉁퉁 불은 젖 짜내며

우는 축문

눈도 맞추지 않고

그리 바뻤느냐

죄 많은 어미를 용서해다오

봄을 용서해다오

어미 가슴에

못을 박으며

산벚꽃으로

다시 태어난

아가야  



시집 <겨울새가 물어 온 시 한 편> 2008년 오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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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유통기간

           황도제


수도꼭지에 매달린 물방울

미끄러져 들어가는 빛처럼

눈과 입 가득하면

음식은 기쁨으로 수다스럽다.

물고기 같은 즐거움

술집의 노래처럼

소용돌이치는 세포들과 만나

합창하며

꽃잎처럼 떠서

당신의 생명과 함께 돌아다닌다.

스며들고 적시고 하는 영혼의 입김

하루가 지나면

비밀스러운 출생처럼

그대에 의해

은밀한 곳에 버려지고 말아

진짜 사랑했던 시간은

이렇게 짧아

그래도 삶을 배웠고

아득히 사라지는 식탁의 대화

돌아보면

인사도 안 하고 역겹다는 표정

당신 참 굉장하군요.

이 말은 끝내 하지 못했다.

너무 짧은 유통기간이었기 때문이다.




               황도제 시인



서울 출생  
동국대 국문학과 졸업  
1984 현대문학에 시(신호등, 마루운동, 고궁의 잠자리)로 데뷔



1985년 :『태풍』

1988년 『황홀한 기억』

1991년 :『얼굴을 만들어야지』

1999년 『사랑 끝 사랑 시작』

1999년 :『소주연가』

2008년 :『겨울새가 물어 온 시 한 편』

* 동덕여고 교사를 거쳐 한솔 아카데미 운영 위원

* 광진문화원시창작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