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복

 

한복 한 벌 했다

내 평생 두루마기를

입어본 기억이 없었으니

이것이 처음인 것 같다.

 

암산. 상마. 학촌. 현촌. 난곡.청암

모두 한복을 입는데

나만 한복이 없다고 했더니

병처가 큰맘 써 한 벌 했다

 

78년 정월 첫날 아침

해 옷을 입고 뜰에 서니

백운대와 도봉이 내려다보고 웃고 있다

 

어디든 가서

세배를 드리고 싶다

 

우이동 계곡으로

발을 옮긴다

아직도 우리들의 맥박 속에

살이있는 선열들

일석. 의암. 해공. 유석

무덤앞에 섰다가

다시 걸음을 옮긴다

 

4.19  묘소

비문에 새겨진

꽃 같은 나이들을 읽어본다

구름이 날린다

구름에 새 옷깃이 날린다

 

이 나이에 비로소

한 겨례 안에  서는

그런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