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에서

 

퇴근길에서 만난 사람은

바다를 건너온 바람

그런 바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말이 없고

약간은 간간한 그런 소금기

바다 냄새가 가늘게 가늘게

풍겨오고 있었다

 

잠시 쉴 자리를 권하고

그 빈 옆자리에 앉아

지금 막 산을 내려온

나뭇잎, 풀잎

천년 바위들의 대화를

전설의 표주박에 담아본다

 

기울어진 물통에서

쏟아지는 시간이

자정의 계곡을 향하여 흐르고

모든 날개들은

언제 부턴가 마멸되어 가고 있었다.

 

이런 때 내게는

날개가 솟아야 한다

두 팔을 가볍게 들어올려

은빛 눈부신 비늘

그런 조각으로 생긴 날개

금속성이 아니라고 피곤하지 않아라

 

홍수에 떠다니던 노아의 배는

어느 산에 멎을까

그리고 누가 부르는 피리에

방주에 문이 열릴꼬

살이 살아나는 풀이며

뼈가 살아나는 나무와

피를 다시 돌아가게 하는 물은

어디에 있는가

 

돌아가야 할 고향은

정오에 잠든 자연인가

문명의 강물인가?

석양 길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