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후 감명 깊었던 시
글 수 120
매화나무집
황금찬
늙고 병든 매화나무 세 그루가 있어서
매화나무집이라 했다
그 집엔 매화나무처럼 늙은
노인이 한분 계셨다
그 노인은 매화꽃 철이 되면
사랑방 벽에 몸을 기대고 앉아
대금을 부는 것이다.
잠이 없는 노인에겐
새벽도 없었다
대금 소리를 듣는 마을 사람들은
매화꽃 철이 되었구나 했다
대금이 잠들고 나면
그 늙은 나무에
꽃이 몇 송이 피곤했다.
그 마을을 떠나
35년 만에
다시 돌아왔을 땐
세 그루의 매화나무도
대금을 불던 노인도
그 집엔 없었다.
마을사람들은 그래도 그 집을
매화나무집이라 했다
시인이 살다 간 집도
시인의 집이라 불러 줄까
매화나무가 없는
매화나무집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