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시초(落葉詩秒)

 

꽃잎으로  쌓올린 절정에서

지금 함부로 부서져 가는 '너'

낙엽이여

창백한 창 앞으로

허물어진 보람의 행렬의 가는 소리

가없는 공허로 발자국을 메우며

최후의 기수들의 기폭이 간다.

이기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저 찢어진 깃발들

다시 언약을 말자

기울어지는 황혼에

내일 만나는 것은 내가 아니다.

고궁에 국화가 피는데

뜰 위에 서 있는 '나'

이별을 생각하지 말자.

그리고 문을 닫아라.

낙엽

다시는 내 가는 곳을 묻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