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하는 손

 

자정이 넘는 시각에도 아내는

바느질을 하고 있다.

장난과  트집으로 때묻은 어린놈이

아내의 무릎 옆에서 잠자고 있다.

 

손마디가 굵은 아내의 손은

얼음처럼 차다.

한평생 살면서 위로를 모르는 내가

오늘 따라 면경을 본다.

 

겹실을 꾄 긴 바늘이 아내의 손끝에선

사랑이 되고

때꾸러기의  뚫어진  바지구멍을

아내는 그 사랑으로 메우고 있다.

아내의 사랑으로 어린놈은 크고

어린놈이 자라면 아내는 늙는다.

 

내일도 날인데 그만 자지,

아내는 대답대신

쓸쓸히 웃는다.

 

밤이 깊어 갈수록 촉광이 밝고

촉광이 밝을수록

아내는 눈가에 잔주름이

더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