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

 

등대지기는  바다의 난초

열 길 벼랑 안개속에 피어 있는

석란

 

밤이면 등대에 불을 밝히고

비가 오는 낮

안개 덮인 때

 

긴 고동을 울리며

배들이 무사히

귀양하기를 마음으로 빈다.

 

풍랑이 심한 날 바위에 서서

흘러간 난파선들의  추억을

더듬어 본다.

석란잎에 서리는 이슬

 

열 길 박토에 뿌리를 걸고

해풍에 말리며

변변한 날 없이

그대로 시들어 가는

석란이라 하자.

 

일년에 한두번씩

낯모를 사람들이

찾아왔다 돌아간다.

가물거리는 돛대 끝에

그리움은 칼날

 

육지의 계절은

도적이다.

마지막 잎이 지고 나면

바다에 눈이 온다.

 

바위 위의 촛불이 흔들리듯이

바다의 난초는

눈속에 묻힌다.